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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잘 베끼는 것이 창작의 시작이다
창작은 순수한 영감에서 비롯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진짜 창작자는 알고 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의 시작이란, 사실 이전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재구성'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는 드물다. 대신, 오래도록 사랑받은 고전 작품들 속에는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 구조와 플롯이 담겨 있다. 오늘날의 유명 작가나 감독들 역시 이런 고전적인 틀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표절이나 모방이 아니다. 창작자는 고전에서 서사의 ‘공식’을 읽어내고, 그것을 현대적인 감각과 주제로 다시 구성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것이 바로 ‘좋은 창작자의 조건’이자, ‘지혜로운 도둑질’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수많은 명작이 참고하고 있는 4가지 고전 기반 스토리 공식을 소개한다. 각각의 공식을 현대 작품에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며, 초보 창작자가 실전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고전에서 훔친 스토리 공식 4가지
1. ‘영웅의 여정’ – 모든 변화는 떠남에서 시작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스토리 구조 중 하나는 조지프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출발한 ‘영웅의 여정’(The Hero’s Journey)이다. 이 공식은 주인공이 평범한 일상을 떠나 모험을 겪고, 시련을 극복한 후 새로운 존재로 돌아오는 순환형 구조를 가진다.
이 구조는 『오디세이아』,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시리즈, 그리고 영화 『스타워즈』까지 수많은 작품에서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해리 포터는 마법 학교라는 새로운 세계에 입장하고, 다양한 시련을 통해 성장한 후 원래의 세계에서 다른 존재가 된다. 이 구조는 캐릭터의 성장만 아니라, 독자에게 감정 이입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제공한다.
창작 초보자라면, 주인공이 어떤 이유로 일상을 떠나는지, 어떤 고난을 겪고,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순서대로 구성해 보는 것만으로도 탄탄한 서사를 만들 수 있다.
2. ‘삼막 구조’ – 극적 전개는 3단계로 완성된다
희곡과 영화의 기본 구조로 많이 사용되는 삼막 구조(Three-Act Structure)는 시드 필드(Syd Field)나 로버트 맥키(Robert McKee) 같은 시나리오 전문가들에 의해 정립되었다. 이 구조는 이야기 전체를 세 개의 막으로 나눈다:
- 1막(도입): 등장인물과 세계관 소개, 주요 갈등 등장
- 2막(전개): 갈등 심화, 위기와 반전
- 3막(결말): 위기의 해결과 주제의 드러남
이 공식은 영화 『타이타닉』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잭과 로즈의 만남(1막), 두 사람의 관계 진전과 배의 침몰(2막), 잭의 희생과 로즈의 새로운 삶(3막)으로 구성된다.
삼막 구조는 장르와 관계없이 거의 모든 이야기에서 유효하며, 글을 쓰기 전 이 세 가지 구획을 먼저 나누어두면 복잡한 이야기 흐름을 쉽게 정리할 수 있다. 특히 결말이 모호하거나 진행이 늘어지는 문제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3. ‘반전의 구조’ – 기대를 배신하는 즐거움
고전 희곡이나 추리소설에서 자주 쓰이는 구조 중 하나는 반전이다. 이야기를 쌓아 올린 뒤, 독자의 예상을 뒤엎는 장면이 나타나면서 강한 충격과 여운을 남긴다. 이 구조는 에드거 앨런 포의 『어셔가의 몰락』이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같은 작품에서 전형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대에서는 이 구조를 응용한 사례로 『식스 센스』나 『유주얼 서스펙트』 같은 영화가 있다. 이 작품들은 결말에 이르러 모든 플롯이 완전히 다른 의미로 뒤집히며, 관객은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보게 된다.
창작자가 이 공식을 활용하고 싶다면, 이야기 전반에 ‘정상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이상한 디테일’을 곳곳에 심어두는 것이 핵심이다. 반전은 결말 하나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에 걸쳐 치밀하게 설계되어야만 독자를 납득시킬 수 있다.
4. ‘운명과 선택’ – 고전 비극에서 배우는 감정의 진폭
그리스 비극에서 출발한 이 구조는 주인공이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맞닥뜨리고, 그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며 파멸에 이르는 형식을 띤다. 『오이디푸스 왕』이 대표적인 예로, 주인공은 진실을 밝히려다 결국 자신의 비극적 정체를 알게 되고 모든 것을 잃는다.
이 구조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나 『햄릿』 중에서도 변주되어 사용되며, 인간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는 데 적합하다. 현대 창작물로는 영화 『블랙 스완』이나 『레퀴엠 포 어 드림』이 이 틀을 계승한 사례다.
‘운명 대 선택’ 구조는 인물이 선택을 거듭할수록 감정적 긴장이 극대화되고, 결말에 이르러 독자는 안타까움이나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이는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울림을 만든다. 창작자는 인물에게 반드시 고통스러운 선택지를 주고, 그 결과가 어떤 비극으로 이어지는지를 설계해야 한다.
창작의 천재들은 ‘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말한다. “진짜 창작은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자유로운 글쓰기를 하기 위해선, 가장 견고한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자유로운 즉흥 연주는 그 기저에 철저한 기본기와 음계에 대한 이해가 있기에 가능한 것처럼, 창작도 탄탄한 서사 틀 위에서 비로소 개성 있게 움직인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네 가지 스토리 공식은 단순히 흘러간 고전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는 이야기의 원형이다. 중요한 건, 이 틀을 그대로 따라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주제와 캐릭터, 배경으로 재조립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모방이 아닌 ‘창조적 차용’이 되고, 독창적인 작품이 탄생한다.
창작의 천재들은 모두 남다른 스토리 구조를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공식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이해하고, 그것을 새롭게 전환하는 데 능했다. 당신 역시 이들처럼 고전의 공식을 자기만의 무기로 삼는다면, 더 이상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오늘 소개한 이야기의 틀을 활용해, 당신만의 서사를 시작해 보자. 그 안에서 진짜 창작이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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