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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캐릭터, 왜 생기는 걸까?
글을 쓰다 보면 종종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얘가 말을 안 들어요.” 캐릭터가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행동하고, 대사도 마음대로 바꾸고, 플롯을 벗어나 엉뚱한 길로 가버리는 상황. 처음엔 당황스럽지만, 사실 이건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캐릭터가 ‘자기만의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는 신호다.
문제는, 모든 캐릭터가 그렇게 움직여주진 않는다는 데 있다. 어떤 인물은 아무리 설명을 붙여도 입체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어떤 인물은 행동이 뜬금없게만 느껴진다. 이야기를 이끄는 건 결국 등장인물인데, 그 인물이 현실감 없거나 작위적이라면 독자도 쉽게 몰입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캐릭터가 살아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창작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살아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글쓰기 기술을 소개한다. 단순히 외형이나 설정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인물이 실제 사람처럼 느껴지고, 이야기 안에서 스스로 선택하게 만드는 방법을 단계적으로 설명하겠다.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창작법
1. 인물의 ‘욕망’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라
모든 인간은 욕망으로 움직인다. 이것은 현실에서도 마찬가지고, 이야기 속에서도 진리다. 캐릭터 역시 뚜렷한 욕망을 가질 때 생명력을 얻게 된다. ‘사랑받고 싶다’, ‘복수하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 등등 그 욕망이 구체적일수록, 인물은 더 쉽게 살아 움직인다.
예를 들어, 단순히 “부자가 되고 싶은” 캐릭터보다, “아버지처럼 실패하지 않기 위해 자수성가하고 싶은” 인물은 그 자체로 이야기의 방향성을 만들어낸다. 욕망은 캐릭터의 동기이며, 행동의 기준이 된다. 인물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설계할 때, 이 ‘욕망의 방향’을 먼저 잡아두는 것이 글쓰기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2. 내면의 ‘상처’와 ‘과거’를 구조화하라
입체적인 캐릭터는 언제나 과거를 갖고 있다. 현재의 성격이나 반응은 결국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서 비롯된다. 특히 상처, 즉 트라우마나 결핍은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다. 이를 구조화하지 않으면 인물의 행동이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예를 들어, 겉으로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여성 변호사가 있다면, 그녀가 왜 그렇게 차갑게 굴게 되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어린 시절 가족의 배신을 경험했다든가, 감정을 표현할 수 없었던 환경에서 자랐다면, 독자는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즉, 과거는 현재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장치이며, 인물의 일관성을 만들어준다. 이는 플롯과도 맞물려, 캐릭터의 성장 서사나 반전에도 활용할 수 있다.
3. 즉흥 대화가 가능한 ‘말버릇’과 사고 패턴 만들기
캐릭터가 작가의 손에서 벗어나 움직이기 위해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달라지는 건 ‘말투’다. 살아 있는 인물은 자기만의 말버릇과 표현 습관을 지니며, 상황마다 고유한 반응을 보인다. 이때 중요한 건 단지 입에 붙은 대사가 아니라, 그 인물이 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말하는지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예컨대, 긍정적이지만 두려움이 많은 인물은 “괜찮을 거야… 아마도?”처럼 말할 수 있고, 냉소적인 인물은 “이딴 게 문제야?”라고 반응할 수 있다. 말투와 사고 패턴이 정해지면, 작가는 인물의 행동을 대사 없이도 유추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곧 ‘말을 안 들어도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이야기’로 발전하게 된다. 대사를 쓸 때는 “내가 이 사람이라면 어떤 식으로 반응할까?”를 반복적으로 상상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4. ‘선택지 상황’에서의 반응으로 성격을 입체화하라
캐릭터는 평상시보다 ‘극한 상황’에서 더 잘 드러난다. 생사가 오가는 순간, 누군가를 배신해야 할 때, 사랑과 명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등, 복잡한 선택 앞에 선 인물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이 선택 상황에서의 반응을 미리 설계하고 시뮬레이션해 보는 건 매우 효과적인 창작 기법이다.
예를 들어, 같은 위기 앞에서도 A는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B는 자기 이익을 위해 도망친다면, 이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게 된다. 이처럼 갈등이 심화할수록 캐릭터의 결정이 이야기 전체의 흐름을 좌우한다. 그리고 독자는 그 선택이 일관성 있는가, 예상 가능한가, 혹은 예상 밖인데도 설득력 있는가에 따라 인물의 진정성을 평가하게 된다.
캐릭터의 윤리적 기준, 두려움의 대상,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희생 등을 체크리스트처럼 정리해 보자. 그렇게 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인물 구성이 가능해진다.
5. ‘인물 대 인물’ 관계망을 살아 있는 동력으로
아무리 완벽하게 구성된 캐릭터라도, 혼자만 존재하면 이야기의 힘이 약해진다. 캐릭터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더욱 뚜렷해진다. 이 관계는 단순한 인물 소개가 아니라, 갈등과 감정의 흐름을 유발하는 중요한 장치다. 친구, 연인, 라이벌, 스승, 가족 등 다양한 관계를 설계할수록 인물은 다면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예를 들어, 냉정한 인물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있다면, 그 관계는 인물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반대로 과거에는 동지였지만 지금은 적이 된 관계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캐릭터는 관계를 통해 변화하고, 반응하며,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이야기의 갈등은 대부분 ‘인물 대 인물’로 구성된다. 관계망을 그려보는 것은 캐릭터 중심 창작의 핵심이다.
말 안 듣는 캐릭터는 오히려 잘 쓰고 있다는 신호
등장인물이 작가의 손에서 벗어나 스스로 말하고 행동할 때, 많은 창작자는 당황한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캐릭터가 ‘생명력’을 얻었다는 증거다. 물론 그 단계에 도달하기까지는 인물의 욕망, 과거, 말투, 사고방식, 선택 패턴, 그리고 관계까지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캐릭터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로 움직이게 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다섯 가지 창작 기술은 캐릭터를 단순한 서사의 기능에서 벗어나, 살아 있는 인물로 만드는 핵심적인 도구들이다. 글쓰기는 결국 인간을 탐구하는 작업이며, 좋은 이야기란 결국 설득력 있는 인물을 통해 완성된다. 인물이 살아 있으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때 비로소 작가는 ‘글이 저절로 써진다’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지금 당신이 쓰고 있는 인물은 어떤 욕망을 갖고 있을까? 어떤 과거가 그를 움직이고 있을까? 그리고 어떤 말투로 독자에게 말을 걸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그 인물은 이미 생명을 얻은 것이다. 이제, 당신의 캐릭터가 어디로 가든 따라가며 기록하자. 그 길 끝에 독자를 사로잡을 단 하나의 이야기, 반드시 도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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