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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3. 24.

    by. sensegoose

    목차

      에피소드형 구성은 각각의 이야기 단위가 독립적이면서도 하나의 테마 아래에 느슨하게 연결된 형태다. 반면, 연속 서사형 구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사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한 방향으로 진행되며 인물과 사건이 유기적으로 엮이는 방식이다. 

      이 글에서는 창작 글쓰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에피소드형 구성과 연속 서사형 구성의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한국 문학작품에서 두 구성 방식이 실제로 어떻게 쓰였는지 비교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글을 쓰는 데 있어 어떤 전개 방식을 택할지, 그 선택이 이야기 전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 흐름의 구성 방식 – 독립성과 연속성의 차이

      창작 글쓰기에서 이야기의 흐름은 독자와의 첫 접점을 결정짓는다. 이 흐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글이 느껴지는 리듬, 몰입도, 전달력 모두 달라진다. 에피소드형 구성은 하나의 큰 줄거리보다는, 각기 독립적인 사건이나 장면이 나열되는 형식이다. 반면, 연속 서사형 구성은 시간과 사건의 흐름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이야기 전체가 일관된 흐름 속에 놓인다.

      에피소드형 구성의 특징은 단편적인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세계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장면마다 인물의 상황, 배경, 사건이 바뀌어도 전체적으로 일정한 분위기나 주제를 유지한다면, 독립성과 통일성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김유정의 단편소설들을 들 수 있다. 『봄·봄』이나 『동백꽃』은 각각 다른 인물, 다른 사건을 다루지만, ‘농촌 생활’, ‘순박한 인물’, ‘유머와 풍자’라는 정서를 공통으로 지닌다. 따라서 한 편 한 편이 독립적이지만, 전체적으로 김유정만의 색채를 만들어낸다.

      반면 연속 서사형은 이야기의 전개가 앞뒤로 긴밀히 연결돼 있어서, 어느 한 부분을 생략하면 전체 맥락이 흔들릴 수 있다.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연속 서사 구조의 전형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유년기부터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기까지의 경험을 순차적으로 따라가며, 시간의 흐름과 인물의 내면 변화가 함께 흘러간다. 독자는 인물의 성장 과정과 정서의 축적을 끊임없이 경험하게 된다.

      두 구성 방식은 이처럼 서사 구조의 기본 단위가 다르다. 에피소드형은 ‘단위 장면’이 중심이고, 연속 서사는 ‘전체 흐름’이 중심이 된다. 창작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지에 따라 구성 방식을 달리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을 통해 삶의 단면을 보여주고 싶다면 에피소드형이 적합하며, 인물의 성장을 중심으로 서사를 짜고 싶다면 연속 서사가 효과적이다.

      감정 이입의 방식 – 빠른 몰입 vs. 깊은 공감

      이야기를 구성할 때, 독자의 감정 이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에피소드형 구성은 짧은 시간 내에 강한 인상을 주거나 감정의 반응을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지, 연속 서사형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감정을 축적하고, 인물의 변화에 감정적으로 동참하게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에피소드형은 한 장면 안에서 갈등과 해소가 비교적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감정의 주기가 짧다. 그만큼 독자는 한 편을 읽을 때마다 뚜렷한 감정의 고조나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짧은 분량 안에 과거 회상, 현재의 만남, 정서적 변화가 모두 담겨 있다. 독자는 허생 원의 감정 변화에 빠르게 몰입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느껴지는 애틋함과 회한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반면 연속 서사형은 감정선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세 개의 장(章)을 통해 한 인물이 겪는 심리적 변화와 주변 인물들의 반응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그녀의 ‘채식 선언’이라는 사소한 사건에서 출발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며 독자는 인물의 내면 깊은 곳까지 도달하게 된다. 감정이 천천히 쌓이면서 점점 더 무거운 공감이 형성되는 구조다.

      짧은 시간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거나 다양한 시각을 다루고 싶을 땐 에피소드형이 유리하고, 한 인물의 심리를 끝까지 따라가고 싶다면 연속 서사가 더 적합하다. 중요한 것은 감정의 흐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같은 이야기라도 전혀 다른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에피소드형 창작 구성 vs. 연속 서사형 글쓰기 구성의 장단점 비교

      플롯 설계의 유연성 – 구조적 자유로움 vs. 치밀한 흐름 설계

      창작 글을 구성할 때, 이야기의 골격인 플롯(plot)은 전체 완성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에피소드형과 연속 서사형은 플롯의 설계 방식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에피소드형은 구조적으로 자유롭고 변주에 강한 구성 방식이며, 연속 서사형은 전체적 통일성과 정밀한 흐름 설계가 요구되는 형식이다.

      에피소드형 구성에서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독립적인 이야기 단위로 작동하기 때문에, 순서에 있어 유연함을 가지며, 때론 삽입형 플롯이나 비선형 구성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예를 들어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교차 서사를 통해 여러 개의 에피소드가 한 인물의 내면을 그려낸다. 회상의 방식이나 시점 전환이 자유로우면서도, 각 에피소드는 하나의 독립적인 감정선을 완성한다.

      반면 연속 서사형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물과 사건이 이어지는 구성을 취하기 때문에, 전개 순서나 연결이 매우 중요하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주인공이 시골 학교로 전학 온 이후부터 서울로 돌아갈 때까지의 시간이 논리적이고 연속적으로 전개된다. 사건의 흐름을 거스르거나 순서를 바꾸면 전체의 의미가 흐려지고, 플롯의 치밀함이 깨지게 된다.

      이처럼 에피소드형은 창작자에게 유연한 구성의 자유를 제공하지만, 전체 메시지를 통일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선 개별 에피소드 간 주제 연결이 요구된다. 반대로 연속 서사는 이야기 전반의 밀도와 응집력은 뛰어나지만, 중간에 흐름이 끊기면 서사의 긴장도가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구성을 선택하든, 플롯의 완성도는 단순한 사건 배열이 아니라 ‘전달하려는 정서’와 ‘이야기의 방향성’에 달려 있다.

      메시지 전달과 주제 형성 – 상징적 단면 vs. 응축된 서사

      작가가 글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중심 사상은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점차 드러나야 설득력이 있다. 에피소드형과 연속 서사형은 주제를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에서도 접근 방식이 다르다. 에피소드형은 여러 장면 속의 상징성과 단면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고, 연속 서사형은 일관된 전개를 통해 하나의 응축된 주제를 강하게 부각다.

      에피소드형은 짧고 강렬한 사건 속에서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황순원의 『소나기』는 단 한 편의 이야기로 성장, 이별, 자연의 무상함을 담아낸다. 긴 설명 없이, 어린 두 인물의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단순한 구조를 통해 매우 깊은 정서를 전달한다. 이는 에피소드형이 지닌 상징적 강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연속 서사형은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모든 사건과 인물의 변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마치 퍼즐을 맞추듯 독자에게 메시지를 구성해 나간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은 역사와 인간의 이념 갈등이라는 주제를 수천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풀어낸다. 이와 같은 서사는 주제의 복합성과 사회성, 서사적 규모를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렇듯 에피소드형은 한 컷, 한 장면으로도 강력한 상징과 감정을 전달할 수 있으며, 연속 서사형은 긴 시간 동안 정서와 인식의 누적을 통해 독자의 사고를 깊이 있게 이끌 수 있다. 


      에피소드형 구성은 감정의 순간을 포착하기 좋고, 연속 서사형은 인물의 변화와 서사를 깊이 있게 전개하는 데 강점이 있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편의가 아닌 독자의 몰입을 기준으로 구조를 선택하는 것이다. 하나의 글 안에서도 두 방식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핵심은 전달하려는 감정과 메시지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고민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