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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3. 24.

    by. sensegoose

    목차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서브플롯과 인물 관계의 힘

      스토리텔링에서 주된 줄거리 외에도 작품의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서브플롯’이다. 서브플롯은 본 플롯을 보완하며 인물의 감정선, 가치관, 인간관계 등을 다양한 방향으로 보여주는 구조적 장치다. 이때 특히 인물 관계를 중심으로 설계된 서브플롯은 이야기의 감정적 밀도를 높이고, 중심 서사의 메시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 간의 갈등이나 유대는 단순한 관계성을 넘어 이야기의 또 다른 층위를 만든다. 예를 들어,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론과 헤르미온느, 스네이프 등과의 관계는 해리의 성장과 선택을 감정적으로 확장하게 시키며, 독자의 몰입을 이끈다. 이처럼 서브플롯은 단순한 보조 줄거리가 아닌, 전체 이야기의 리듬과 주제를 섬세하게 조율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한다.

      이 글에서는 ‘인물 관계’를 중심으로 한 서브플롯 구성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갈등, 연대, 과거사, 교차 서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물 간 관계를 활용해 어떻게 글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지, 실제 작가들의 사례를 통해 분석할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와의 감정적 연결을 보다 깊게 만들 수 있는 실질적인 창작 글쓰기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주인공과 대립 인물 간의 갈등을 활용한 서브플롯 구성 전략

      서브플롯은 주로 본 플롯에서 다루지 못하는 인물의 심리나 가치관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특히 주인공과 대립 인물 간의 긴장 관계는 서브플롯의 핵심 동력으로 기능하며, 이야기에 깊이와 전개 동기를 부여한다. 이들은 단순히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내면적 성장과 선택의 기로를 유도하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주인공 햄릿과 클로디어스 왕의 대립은 명백한 본 플롯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햄릿과 라어티즈, 햄릿과 오필리어 사이의 갈등과 오해는 부차적 플롯으로서 이야기를 보다 감정적으로 풍부하게 만든다. 라어티즈는 부친 폴로니어스를 잃고 복수심에 불탄 인물인데, 햄릿 역시 복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두 인물은 거울상에 가깝다. 이 관계는 햄릿이 자신의 복수심에 도취한 채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더욱 명확히 드러내 주며, 단순한 ‘정의 대 악’의 구도를 넘어선 복합적 감정 구조를 만든다.

      현대 문학에서는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가 좋은 예다. 주인공 테오와 친구 보리스의 관계는 우정이면서도 동시에 대립적이고 위험한 동반자적 관계다. 테오가 예술과 윤리에 기반한 세계에 머물려고 할 때, 보리스는 혼란과 불법의 세계를 살아간다. 이들의 관계는 테오의 내면을 드러내는 서브플롯으로 기능하며, 삶의 선택지에 대한 다층적 고민을 유도한다. 이처럼 작가 도나 타트는 단지 하나의 대립 구도를 넘어서, 두 인물을 통해 윤리적 회색지대와 인간의 양면성을 탐색한다.

      작가들이 이 전략을 사용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서브플롯의 감정선이 중심 플롯을 압도하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이다. 서브플롯은 이야기의 방향을 흐리게 하기보다는, 중심 이야기를 보완하고 의미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갈등의 본질이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인물의 가치 충돌, 세계관의 차이, 감정의 오해에서 비롯되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또한, 갈등을 무조건 극단화하기보다는 미묘한 감정선의 진폭으로 구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동료 간의 신뢰가 서서히 깨지는 과정, 오랜 연인이 서로의 과거를 모르고 생기는 균열, 혹은 가족 간의 기대와 실망 같은 일상적이면서도 강한 몰입을 유도할 수 있는 테마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서브플롯은 중심 플롯이 담지 못한 인간적인 측면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다.

      인물 관계를 활용한 서브 플롯 창작과 글쓰기 전략

      조력자와의 연대를 통해 주제 의식을 강화하는 서브플롯 구성

      이야기 속 주인공이 자신의 여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변화를 겪는다. 그중에서도 조력자 캐릭터는 단순한 도우미가 아니라, 주제와 메시지를 확장하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조력자와의 서브플롯은 이야기의 감정적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며, 주인공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반추하게 한다.

      대표적인 예는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도는 중심인물이지만, 그의 여정에서 샘의 존재는 독립적인 플롯으로 기능할 만큼 중요하다. 샘은 충직한 친구 그 이상으로, ‘순수함’, ‘충성’, 그리고 ‘희망’이라는 주제를 상징한다. 프로도가 고난 속에서 서서히 희망을 잃어갈 때, 샘은 끊임없이 중심을 잡아주며 이야기의 감정선을 안정시킨다. 그들의 관계는 단지 주인공과 조연의 전형적 구도를 벗어나, 서로를 변화시키는 서브플롯의 정수를 보여준다.

      또 다른 사례로는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들 수 있다. 와타나베는 주인공이지만, 미도리와의 관계는 주 플롯 외의 중요한 감정선이다. 이들의 관계는 자살, 상실, 고독이라는 본 이야기의 어두운 분위기를 상쇄하면서 동시에 인간이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서브플롯이다. 하루키는 미도리를 통해 ‘살아가려는 의지’라는 주제를 부각하며, 와타나베가 자아를 정립해 가는 여정의 균형을 맞춘다.

      조력자 중심 서브플롯은 주인공의 내면을 비추는 또 다른 거울로 기능한다. 조력자가 단순히 주인공을 보조하는 기능적 인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들 역시 독립된 서사를 지녀야 한다. 샘처럼 자신의 두려움과 싸우며 성장하거나, 미도리처럼 고유한 세계관과 상처를 지닌 존재로 묘사될 때, 이 인물들은 조연 이상의 역할을 한다.

      글을 쓸 때 이런 조력자 플롯을 구성하려면, 주인공과 조력자의 '감정 진폭 차이'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중심인물이 침잠해 있을 때, 조력자는 외향적 에너지로 끌어주거나, 반대로 주인공이 지나치게 충동적일 때 냉정함으로 균형을 잡아줄 수 있다. 이로써 서사는 단조롭지 않게 구성되며, 감정선이 풍부해진다.

      과거사와 인물 간 감정의 축적을 활용한 서브플롯 전략

      스토리에서 인물의 과거는 그 사람의 행동과 선택에 중요한 배경이 된다. 이 과거사가 인물들 사이에 얽혀 있을 때, 단순한 설정을 넘어 하나의 서브플롯으로 발전한다. 과거의 사건은 현재의 갈등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고, 독자가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도록 돕는 강력한 장치가 된다.

      예를 들어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와 오 차장의 관계는 과거의 유사한 경험에서 비롯된다. 장그래가 비정규직이라는 약점 속에서 살아남으려 할 때, 오 차장은 과거 자신의 모습과 겹치는 장그래에게 점점 애착을 느낀다. 이 감정의 축적은 본 플롯인 회사 내 생존 드라마를 넘어서, 따뜻한 인간 드라마로 서사의 폭을 넓혀준다.

      또 다른 예시는 이민진의 『파친코』이다. 선자와 한수의 관계는 젊은 시절의 만남과 선택에서 비롯된 감정의 잔재가, 시간이 지나며 서브플롯으로 전개된다. 한수는 선자의 삶에서 멀어진 뒤에도 끊임없이 영향력을 미치며, 이들의 얽힌 감정과 후회는 이야기에 복합적인 정서를 더한다.

      이러한 플롯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단순한 '회상'에 그치지 않고, 현재 사건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감정의 축적은 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행동을 이끌어야 완성도를 가진다. 특히 갈등의 뿌리를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감정의 층위'에 두면, 독자는 인물의 심리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주변 인물 간 관계를 활용한 교차 서사 서브플롯 전략

      작품 내 인물들이 반드시 주인공과만 연결될 필요는 없다. 주변 인물 간의 독립적인 관계를 활용하면 교차 서사 구조를 만들어, 보다 넓은 세계관과 다양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독자의 몰입을 강화하고, 중심인물 외의 감정선에도 감정 이입을 유도한다.

      미드 <왕좌의 게임>은 교차 서사의 전형적인 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 여러 명이고, 각 가문과 인물 간의 관계가 얽히고설키며 각각의 서브플롯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티리온과 브론의 관계, 산사와 리틀핑거의 관계 등은 중심 전쟁 서사 외에 인간적인 욕망, 생존 전략 등의 주제를 깊이 다룬다.

      또한, 조앤 해리스의 『초콜릿』에서도 주인공 비앙과 마을 사람들 사이의 관계뿐 아니라, 마을 내부 인물 간의 갈등과 우정이 따로 전개된다. 이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변화’에 반응하며, 본 이야기의 주제인 ‘자유와 관용’을 다양한 관점에서 비춰준다.

      이 전략을 사용할 때 중요한 점은, 교차 서사가 중심 이야기와 너무 따로 노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유기적인 주제 연결 고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인물들의 선택이 결국 주제를 강화하거나 반추하도록 설계하면, 복잡하지만 밀도 있는 이야기 구성이 가능해진다.

      서브플롯은 이야기를 숨 쉬게 하는 감정과 구조의 연결 고리

      서브플롯은 단순한 보조 이야기 그 이상이다. 인물 간 관계를 중심으로 구성된 서브플롯은 이야기의 감정선과 주제 의식을 확장하며, 중심 줄거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독자의 몰입을 높인다. 갈등을 중심에 두거나 조력자와의 감정선을 활용하고, 인물의 과거를 통해 현재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반지의 제왕』의 샘과 프로도, 『파친코』의 선자와 한수, 『왕좌의 게임』의 수많은 인물 간 교차 관계 등은 모두 서브플롯이 작품 전체의 메시지를 풍성하게 만드는 예다. 중요한 것은 이 서브플롯들이 단절된 이야기 조각이 아니라, 중심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감정 중심, 주제 연결, 인물의 성장과 변화와의 연관성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

      이제 창작자는 단순히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를 넘어서, 인물 간 감정의 깊이와 관계의 흐름까지 섬세하게 다루어야 한다. 서브플롯은 단지 장식이 아니라, 글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감정의 통로라는 점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