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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현실 너머의 상상, 창작의 새로운 문을 여는 방법
글쓰기를 시작할 때 많은 사람은 ‘현실에 기반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을 재구성하거나,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것도 훌륭한 창작의 출발점이지만, 인간의 상상은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세계를 품고 있다. 우리가 꾸는 꿈, 그리고 무의식의 세계는 논리와 이성을 넘는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
꿈은 종종 말이 안 되는 구조와 모호한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안에는 우리의 억눌린 감정, 소망, 기억의 파편이 숨겨져 있다. 이 세계를 창작에 끌어오는 방법은 초현실적 글쓰기 기법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초보 작가들도 활용할 수 있는 네 가지 초현실적 창작 글쓰기 기법을 소개한다. 각각의 기법은 꿈이나 무의식 속 재료들을 글로 확장하는 방식이며, 실존 작가들의 창작 방식과 함께 실전 예시와 효과까지 다룬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세계를 글로 펼쳐보고 싶다면, 이제 무의식의 문을 열어볼 시간이다.
초현실적 글쓰기를 위한 4가지 실전 기법
자유 연상 기법 – 무의식의 흐름을 글로 흘려보내기
개념 설명:
자유 연상 기법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이미지, 단어들을 아무런 검열 없이 흘러가는 대로 써 내려가는 방식이다. 논리적 구성이나 문법적 정합성을 일시적으로 내려놓고, 마치 꿈을 꾸듯 의식의 흐름을 따라 글을 쓰는 것이다.사용 작가 및 사례:
초현실주의 문학의 선구자 안드레 브르통은 『초현실주의 선언』에서 자유 연상을 통한 글쓰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그는 실제로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꿈의 잔상과 함께 떠오르는 단어들을 기록하는 연습을 했다. 또 한 명의 대표적 사례는 버지니아 울프다. 그녀는 『댈러웨이 부인』 같은 작품에서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장면이 전개되는 방식으로 무의식과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적용 예시:
- “검은 숲속에서 나는 발이 없는 채로 달리고 있었다. 나뭇잎이 날카롭게 내 눈을 찔렀고, 나는 울지도 못했다. 그 안에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무언의 말이 떠돌았고, 나는 그 말의 모양을 보았다.”
- “계단을 내려가는 꿈을 꿨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매번 발을 내디딜 때마다 어릴 적 방 안의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시간의 소리가 아니라 나를 꾸짖는 목소리였다.”
기법의 효과:
이 기법은 창작 초기에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 매우 유용하다. 의식이 통제하지 않는 글을 써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이미지와 감정이 튀어나온다. 그중 일부는 새로운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거나, 독특한 인물 설정이나 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다.꿈 기록 일지 – 무의식의 기억을 창작의 씨앗으로 활용하기
개념 설명: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꿈의 내용을 빠르게 기록하는 습관은 꿈의 이미지와 서사를 현실의 글로 끌어오는 가장 기초적인 훈련법이다. 꿈은 감정의 잔재, 기억의 파편, 상상력의 변형이 결합 복합적인 상징 구조를 갖기 때문에 창작에 사용할 수 있는 원형적 요소가 풍부하다.사용 작가 및 사례:
프란츠 카프카는 악몽에 가까운 꿈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곤 했으며, 『변신』에서 인간이 벌레로 변한다는 설정도 무의식의 공포심에서 비롯되었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다. 그는 실제 인터뷰에서 “꿈이 때로는 장편 소설의 모티프가 되기도 한다”고 말한 바 있으며, 『1Q84』나 『해변의 카프카』 같은 작품은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게 섞인 구조를 보여준다.적용 예시:
- “하얀 복도를 따라 걷던 중, 갑자기 벽이 흐물거리며 녹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는 내 어린 시절 친구의 목소리였다.”
- “바닥없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었다. 아래가 보이지 않아 두려웠지만, 이상하게도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곳에서 바람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기법의 효과:
꿈을 기록하는 습관은 무의식과의 연결 통로를 만든다. 자주 반복되는 이미지나 등장인물, 감정은 글의 주제를 암시하거나 이야기 구조의 핵심이 되기도 한다. 정제되지 않은 꿈의 세계는 기이하면서도 상징적이며, 초현실적 장면 구성에 최적화된 원재료가 된다.상징 분석 기법 – 꿈의 이미지와 상징을 서사로 전환하기
개념 설명:
꿈이나 무의식 속에서 떠오르는 특정 이미지나 사물에는 개인적인 의미 아니라 보편적인 상징성이 내포되어 있다. 이를 분석하고 재해석하여 이야기의 주요 장면, 인물, 혹은 주제에 활용하는 방식이 상징 분석 기법이다.사용 작가 및 사례:
브루노 슐츠는 『계피 가게』에서 자신이 경험한 현실의 공간과 감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하여 초현실적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또 한 명의 예로 살바도르 달리를 들 수 있다. 그는 시각 예술가였지만, 그의 꿈 이미지들은 루이스 부뉴엘과의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를 통해 서사적 표현으로도 확장되었다.적용 예시:
- “꿈속의 새장은 언제나 비어 있다. 그러나 그 안에 존재하는 공기는 새의 숨결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비어 있음이 오히려 더 꽉 차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계단은 올라갈수록 더 어두워졌고, 마지막에는 창문 하나 없이 끝이 뚫린 방이 나왔다. 그 방엔 어린 시절 내 사진만이 벽에 가득했다.”
기법의 효과:
이 기법을 통해 창작자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도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상징은 독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주고, 이야기의 다층적 의미를 만들어낸다. 이는 작품의 예술성과 철학적 깊이를 동시에 높이는 효과를 낸다.무의식 속 캐릭터 구축 – 자아 분열과 상상의 인물 만들기
개념 설명:
무의식은 때때로 복수의 자아를 생성하거나 억압된 인격의 파편을 드러낸다. 이를 활용해 캐릭터를 만들면, 보다 입체적이고 심리적인 인물을 창조할 수 있다.사용 작가 및 사례:
도스토예프스키는 『죄와 벌』에서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내면 분열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또한, 일본의 소설가 요코 오가와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기억 장애를 가진 박사와 화자의 내면을 섬세하게 교차시키며 무의식적 감정 구조를 드러냈다.적용 예시:
- “그는 항상 내 옆에 있었다. 내가 웃을 때 울었고, 내가 자려고 할 때 깨어났다. 우리는 같은 몸을 가졌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 “나는 그녀를 창조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나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투, 눈빛, 심지어 호흡마저도 낯설게 느껴졌다.”
기법의 효과:
이 기법은 단순히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을 넘어서, 창작자 자 내면과 조우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글의 감정 밀도가 높아지고, 독자는 인물에 대한 몰입감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된다. 특히 심리 소설이나 초현실적 서사에서 강력한 도구로 작용한다.꿈과 무의식, 상상력의 진짜 뿌리를 마주하는 창작의 힘
작가는 완벽한 문장을 쓰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창작은 감정을 정리하는 도구이자,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통로이며, 동시에 자신을 새롭게 이해하는 과정이다. 꿈과 무의식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기록할 때, 비로소 창작자는 진짜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나갈 수 있다.
지금, 어젯밤의 꿈 한 조각이라도 기억난다면 그것으로 시작해도 좋다. 하나의 문장, 하나의 이미지, 혹은 단어 하나라도 떠오른다면, 그것을 기록하자. 거기서부터 당신만의 초현실적 글쓰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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