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segoose 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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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3. 23.

    by. sensegoose

    목차

      “당신은 왜 글을 쓰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는 말 못 할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또 다른 이는 상상 속의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서 글을 쓰고자 한다. 어떤 사람은 단지 오랫동안 품어온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고 싶은 마음에 펜을 든다. 그 시작의 동기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초보 창작자 공통으로 겪는 첫 번째 장벽은 바로 두려움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내가 글을 써도 괜찮은 걸까?”, “이 글을 읽어줄 사람이 있기나 할까?”라는 의문들이 머릿속을 맴돌며, 첫 문장을 시작하기도 전에 마음을 움츠리게 만든다. 이처럼 글을 쓰고자 하는 간절한 의지와 실제 창작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심리적 간극이 존재한다. 이 간극을 메우는 일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철저한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된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과 실제 글을 써 내려가는 행동 사이에는 큰 심리적 간극이 존재한다. 바로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첫걸음이 ‘심리적 준비’다.

      이 글에서는 창작을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이 비창작자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창작자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리적 준비 전략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막연한 두려움과 자기 의심에서 벗어나 창작의 문을 여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어렵지만, 명확한 준비를 거친다면 누구든 작가가 될 수 있다. 이제 본문에서는 이 전환을 가능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심리 전략들을 살펴보자.

      정체성 확립을 위한 창작 선언 훈련

      비창작자의 가장 큰 심리적 장벽은 ‘나는 글을 쓸 사람이 아니다’라는 인식이다. 아직 책을 한 권도 쓰지 않았고, 수상 경력도 없으며, 블로그 하나조차 운영해 본 적 없다 해도, 자신을 ‘글 쓰는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다. 스스로를 ‘창작자’로 정의하지 않으면, 모든 시도는 실험처럼 느껴지고 결국 자기검열에 갇히기 쉽다.

      이때 효과적인 방법은 작가 다이어리를 쓰는 것이다. 매일 아침,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오늘 나는 문장을 완성할 것이다”라는 선언문을 적어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과정은 간단해 보이지만, 뇌는 반복되는 언어에 의해 인식을 변화시키며, 정체성 형성을 강화한다. 실제로 『예술가의 길』을 쓴 줄리아 캐머런은 매일 아침 '모닝 페이지'를 통해 자신을 작가로 인식하는 루틴을 유지하라고 제안한다.

      또한, 스티븐 킹 역시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작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언하고 앉아서 매일 쓰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선언은 자신이 창작자라는 내면의 낙인을 새기는 일이며, 이는 자기검열보다 강한 추진력을 만든다.

      완벽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초보 창작자가 흔히 빠지는 또 하나의 심리적 덫은 ‘완벽한 문장’에 대한 집착이다. 첫 문장을 쓰기도 전에,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기준과 비교가 작동한다. 유명 작가의 스타일, 문학상 수상작의 언어 수준, 혹은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우려가 머릿속을 맴돈다. 하지만 창작 초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완성’이지 ‘완벽’이 아니다.

      조앤 K. 롤링은 『해리 포터』 원고 초고가 수없이 교정과 삭제, 수정된 끝에 겨우 출판까지 이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문장은 한 줄도 없었다. 쓰고, 다시 쓰고, 덜어내기를 반복했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글쓰기는 완성된 상태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시도로부터 축적되는 것이다.

      완벽주의를 내려놓기 위해서는 ‘마감 있는 글쓰기’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30분 타이머를 설정하고, 어떤 내용이든 써 내려간다. 중요한 것은 ‘흐름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이 연습은 자유 글쓰기(free writing)라고도 불리며, 『쓰기의 감각』의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는 이를 통해 내면의 검열관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문장의 완성도를 평가하기 전에 일단 펜을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진짜 창작의 시작이다.

       

      창작자로 나아가기 위한 마음 훈련의 여정

      나만의 글쓰기 공간과 리듬 만들기

      심리적 준비는 단지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물리적 공간과 시간의 루틴 역시 창작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요소다. 많은 작가 일정한 시간, 일정한 공간에서 글을 쓰는 이유는, 그러한 ‘패턴’이 뇌를 글쓰기 모드로 전환해주기 때문이다.

      어슐러 K. 르 귄은 창작을 위해 자신의 작업 공간을 철저히 분리했다. 집 안에서도 글쓰기 공간에 들어갈 때는 외부와 단절되며, 오직 글만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했다. 그녀는 “그 공간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작가가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공간은 카페일 수도 있고, 창가의 작은 테이블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장소에 앉는 행위가 글쓰기 신호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하루 중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를 파악하여 그 시간에 반복적으로 글쓰기를 하면, 뇌는 점차 해당 시간대를 ‘창작 시간’으로 학습한다. 이처럼 공간과 시간의 일관된 패턴은 글쓰기 루틴을 내면화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피드백에 대한 두려움 다루기

      자신의 글이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는다는 사실은 많은 초보 창작자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부정적인 피드백, 혹은 아무런 반응조차 없을 것이라는 불안은 글쓰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멈추게 만든다. 하지만 피드백은 창작을 멈추게 하는 요소가 아니라, 발전을 위한 재료다.

      하퍼 리는 『앵무새 죽이기』를 출간하기 전, 에이전트와 편집자의 수많은 수정을 수용하며 이야기를 보완했다. 그녀는 피드백을 통해 작품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는 지금까지도 고전으로 남아 있다.

      피드백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선택적 수용’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모든 피드백을 전부 반영하려 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담고자 한 메시지를 중심에 두고, 그 방향을 돕는 조언만 취하면 된다. 또한 초보자일수록 소규모 글쓰기 모임에서 서로의 글을 공유하며 피드백에 익숙해지는 것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국내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서는 글을 공개적으로 게시하고 다른 사용자로부터 댓글이나 하트를 받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피드백을 경험할 수 있다. ‘미디엄(Medium)’이나 ‘워드프레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 역시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며, 독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글에 대한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개선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피드백 경험은 단순히 평가받는 과정이 아니라, 독자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글을 쓰는 행위가 고립된 작업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러한 창작 커뮤니티와의 연계는 심리적 부담을 덜고, 창작의 동기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피드백은 공격이 아니라 협업의 시작이다.

      비교 대신 관찰하기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다 보면, 자신의 부족함만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경우가 많다. SNS, 블로그, 책 속 수많은 문장은 ‘나는 왜 이렇게 못 쓰지?’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비교가 아니라 관찰이다. 다른 작가의 글을 나와 비교하기보다, 그 글이 어떤 기법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탐색하면, 그 자체로 공부가 된다.

      헤밍웨이는 자신보다 훨씬 긴 문장을 쓰는 작가들을 관찰하며 자신만의 ‘짧고 직설적인 문장 스타일’을 구축했다. 그는 그들의 방식이 아닌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접근했고, 오히려 그것이 강점이 되었다. 관찰을 통해 나만의 언어를 찾는 것이야말로 창작자로서의 첫걸음을 뗄 수 있는 방법이다.


      이 글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 심리 전략은 모두 ‘작가로 살아가는 일’을 위한 기본기라 할 수 있다. 자신을 창작자로 선언하는 것,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글을 시작하는 것, 글쓰기만을 위한 공간과 루틴을 만드는 것, 피드백을 수용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 비교보다 관찰을 통해 배우는 태도—all 이것들이 글쓰기의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기초가 된다. 이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간다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나는 창작자다’라는 정체성이 깊이 뿌리내릴 것이다.

      첫 문장은 어설플 수 있다. 그러나 마음만은 단단히 준비된다면, 글은 반드시 자란다. 그리고 그 글은, 결국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연결되고, 또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러니 지금 당장 메모장을 열어, 오늘의 기분이나 짧은 생각이라도 한 줄 적어보자. 창작은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가장 작은 시작이, 가장 오래가는 습관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