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처럼 다시 쓰기: 타인의 글을 내 것으로 바꾸는 창작 리라이팅 훈련법

베끼지 않고 배우는 글쓰기의 비밀

창작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 종종 오해되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 훌륭한 작가들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출발하기보다는 기존의 글을 분석하고, 해석하며, 자신만의 문장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을 통해 실력을 키운다. 바로 이때 중요한 훈련법이 ‘리라이팅’이다. 리라이팅은 단순히 문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글에서 핵심 의도와 구조를 파악한 뒤 자신만의 시선으로 내용을 다시 쓰는 창작 기술이다.

이 훈련법은 특히 초보 작가에게 효과적이다. 처음부터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이미 완성된 글을 바탕으로 쓰기를 연습하는 것이 훨씬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마치 명화를 따라 그리며 화가의 붓질을 배우듯, 리라이팅은 작가의 문장 감각과 구성력을 길러주는 실전 훈련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독창적인 글쓰기의 태도도 익혀진다.

리라이팅은 단순한 ‘복사’가 아닌, 관점의 전환이다. 같은 정보를 보고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어떤 감정을 담을 것인지에 따라 글의 색깔은 완전히 달라진다. 결국 글쓰기는 단어의 나열이 아니라 사고의 결과물이며, 그 사고의 훈련을 돕는 도구가 바로 창작 리라이팅이라 할 수 있다.

창작 리라이팅의 개념, 방식, 그리고 실전 예시

리라이팅이란 무엇인가?

리라이팅은 기존에 존재하는 글이나 문장을 자신의 문체와 해석에 맞게 새롭게 구성하는 창작적 재구성 행위다. 이는 단순한 요약이나 말 바꾸기와는 다르다. 핵심 내용은 유지하되, 어휘의 선택, 문장의 구조, 강조점, 감정의 흐름 등을 바꿔 글의 스타일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리라이팅의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문장력 향상, 또 하나는 창작 감각을 키우는 것이다. 기존 글을 재해석하며 문장의 리듬감, 문법적 구조, 논리적 흐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게 되며, 이는 글을 ‘보는 눈’을 키워주는 최고의 훈련이다. 또 하나는, 창작자만의 ‘시선’을 개발하는 데 유용하다는 점이다. 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다른 감정과 관점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를 반복적으로 훈련하면, 자연스럽게 개성 있는 글쓰기가 가능해진다.

리라이팅은 저작권 침해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창작 리라이팅은 반드시 참고 글의 원출처를 명확히 하고, 아이디어나 문장 전체를 그대로 옮기지 않으며, 새로운 목적과 표현으로 다시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단순한 문장 바꾸기가 아니라, 재해석을 통한 ‘창작’에 방점이 찍힌 방식이다.

 

 

어떻게 리라이팅을 창작 훈련에 적용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좋은 글을 선택하는 것이다. 자신의 관심 분야 혹은 글쓰기 목표에 맞는 글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인물 중심의 묘사력을 키우고 싶다면 에세이나 칼럼을, 정보 중심의 논리 전개를 연습하고 싶다면 설명문이나 기사문을 고르는 식이다.

그다음 단계는 전체 구조 파악이다. 글이 어떤 흐름으로 전개되는지, 문단별 핵심은 무엇인지, 주제와 논점은 어떻게 이어지는지 등을 먼저 분석한다. 이 분석 단계는 단순히 따라 쓰는 것을 방지하고, 자기 시선으로 해석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분석이 끝났다면 이제 본격적인 ‘재구성’ 단계에 들어간다. 원문의 구성을 유지하되, 문장의 뉘앙스를 바꾸거나, 같은 의미를 다른 표현으로 치환한다. 예를 들어 원문이 "그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라고 되어 있다면, 리라이팅에서는 "그의 손끝은 천천히 문을 눌렀고, 딸깍 소리와 함께 방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처럼 감정과 분위기를 더해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주제에 대해 다른 시각을 추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컨대 '디지털 미니멀리즘'에 대한 칼럼을 리라이팅할 때, 단순히 요점을 바꾸는 대신,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이라는 사회적 시선을 덧붙이면, 기존 글과는 전혀 다른 색을 가진 콘텐츠로 재탄생할 수 있다.

실전 예시: 실제 글을 어떻게 리라이팅할 수 있을까?

다음은 예시를 통해 리라이팅의 실제 흐름을 보여주려 한다.

원문 예시:

“오늘날 SNS는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왔다. 사람들은 사진을 올리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로 소통하며 디지털 존재감을 유지한다.”

리라이팅 예시:

“현대인은 하루를 소셜 미디어 속에서 시작하고 끝낸다. 사진 한 장이 하루의 기분을 결정짓고, 누군가의 반응에 따라 존재감이 확인된다. 디지털은 이제 감정의 무대가 되었다.”

위 리라이팅은 같은 사실을 전제하지만, 감정선과 시선의 초점을 바꾸어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는 글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작가의 개성이 녹아든 서술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또한 뉴스를 창작 리라이팅 대상으로 활용하는 것도 매우 유용하다. 예컨대 “청년 세대의 퇴사 증가”라는 경제 기사를 접했을 때, 단순한 숫자 나열로 구성된 원문 대신, 개인화된 시선으로 바꾸면 더 몰입감 있는 콘텐츠로 확장된다.

원문 뉴스:

“지난해 20~30대 직장인 퇴사율이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리라이팅 서사화:

“이직은 더 이상 실패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30대 초반의 민수는 ‘지금이 아니면 내 삶은 남의 것이 된다’는 심정으로 사직서를 냈다. 통계의 숫자 너머에는, 자아를 지키기 위한 결단들이 있었다.”

이처럼 감정선과 시선만 달리하면, 동일한 주제도 전혀 다른 글로 재구성된다. 이는 글을 쓰는 모든 이에게 ‘리라이팅’이 단순한 훈련이 아닌 창작의 실전이자 가능성의 툴임을 증명한다.

다시 쓰는 힘이 곧 창작의 힘이다

글쓰기는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 대부분의 작가는 ‘잘 쓰는 법’을 배우기 위해 수많은 글을 읽고, 베끼고, 다시 쓰며 성장해 왔다. 그중에서도 창작 리라이팅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창의적인 훈련이다. 타인의 문장을 해체하고, 자신만의 감정과 언어로 다시 조립하는 과정은 창작자의 시선과 표현력을 동시에 확장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다른 관점에서 쓸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문장 다듬기를 넘어, 하나의 주제를 어떻게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태도를 요구한다. 결국 리라이팅은 사고의 유연함, 표현의 정교함, 문장의 깊이를 키우는 종합적 훈련이 된다.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부터, 더 깊이 있는 창작을 하고자 하는 사람까지 모두에게 ‘리라이팅’은 창작자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도약대다. 타인의 글에서 배우고 다시 써봄으로써 자기만의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 그 첫걸음을 오늘부터 시작해 보자.